하루 한 생각

가을 오후

레나따's Story 2013. 10. 9. 15:46

가을 오후

 

 

도종환

 

 

고개를 넘어오니

가을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

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

골짜기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

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

그랬느냐는 내 말에

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

입가로만 살짝 웃었다

웃는 낯빛이 쓸쓸하여

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

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

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

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

나는 들어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

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걸

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

늦은 가을 오후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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